마인뉴스

[현장인터뷰] 성 고정관념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다 - 경찰👩‍✈️ 인터뷰 전문

ac23d549015e4cf5233e49e994542823.jpg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속한 여성청소년계의 학교전담경찰관 경위 이태겸입니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관내의 학교에서 청소년의 비행 예방, 소년범죄에 대한 선도 활동, 학교폭력 예방활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경찰을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어렸을 때부터 제복과 경찰관에 대한 동경이 컸어요. 그래서 늘 경찰관이나 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요. 막연하게 생각만 하다가 청소년이 되니,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비행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그 아이들이 경찰관의 도움을 얻는 모습을 보고, 저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경찰이라는 꿈을 가지게 됐어요. 저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왔던 꿈을 이룬 케이스죠.




Q. 늘 꿈꿔왔던 경찰 생활과, 지금의 현실이 많이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A. 결혼 생활도 결혼하기 전에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면 많이 싸우고 속되게 ‘현타’가 온다고 다들 그러잖아요. 저도 그런 케이스였어요. 처음 경찰이 된 직후에는 굉장히 방황을 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너무 달랐거든요. 제가 딱 2000년도에 경찰이 되어서 지금까지 21년째 일하고 있는데요. 저는 서울청에서 처음 근무를 했어요.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제일 개방된 서울청이라지만, 한 경찰서에 500명이나 되는 경찰 중 여성은 12명뿐이었어요. 그 안에서는 아무래도 여경들이 소수이다 보니 제약이 굉장히 많았죠. 저도 처음엔 형사과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지만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결국 저는 지구대 파출소에서 첫 근무를 했었죠. 당시에는 야간근무도 하고 싶고, 도둑도 잡고 싶고, 순찰차를 타고 다니면서 일을 하고 싶었지만, 다른 분들이 ‘너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여경이니까 네가 야간근무를 하면 너희들을 보호해야 해서 오히려 불편하다’며 낮 근무만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낮 근무만 했죠. 그마저도 순찰차를 안 태워주셔서 혼자서 도보로 순찰을 하면서 주차 딱지를 끊고 다녔던 경험이 있어요. 이렇듯 저의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는 일들이 많았죠. 그런데 현재는 여자 경찰의 비율을 30퍼센트로 정한 정책이 생겨서,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지고 좋아졌어요. 그래도 그때 당시 힘들었던 기억이 나기는 하네요.




Q. 경찰 채용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과 다른 체력 시험 기준이 적용된다고 알고 있어요. (ex. 무릎대고 팔굽혀펴기) 아무래도 이러한 점들이 여성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죠. 그리고 여성은 남성보다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여경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러한 성별에 따른 다른 규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며, 사람들의 편견이나 차별적인 시선을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A. 무릎대고 팔굽혀펴기 같은 규정은 제가 초임일 때는 없었는데, 근래 들어서 생겼더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말이 많아서 저도 꽤나 속상했는데요. ‘여성은 남성보다 힘이 약하다’는 게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틀린 말일 수도 있어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정말 말 그대로 ‘편견’인 것 같아요. ‘여자는 약해서 남자가 보호해야 한다.’ 같은 거요.

제가 초임 때 선배들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우리가 현장에서 너희를 보호해야 해서 더 불편하다’였어요. 그러면서 또 ‘여경은 하는 일도 없잖아’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지금도 여자라면 마냥 약하다는 편견이 아직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성에게 다른 체력 시험 기준을 적용하는 거죠. 저는 무릎을 안 대고도 팔굽혀펴기 할 수 있거든요. 두 손가락으로도 가능해요(웃음). 어딜 가더라도 남자 중에 체력이 약한 사람은 약하고, 여자도 체력이 강한 사람은 굉장히 강해요. 저는 체력기준을 이렇게 만든 것 자체가 제도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겠죠. 성 고정관념을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추가적으로, 언론에서도 ‘여경들은 현장에서 뒷짐만 지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보도를 하더라고요. 일례로 저도 상해사건 현장에 나갔을 때 시민이 피를 흘리며 누워있고 다른 경찰분이 지혈을 하고 있었어요. 구급차가 빨리 도착해야 하는 상황인데, 구급대원들이 현장 위치를 못 찾아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놀란 알바생 대신 제가 전화를 받아서 위치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 장면을 누군가가 찍어서 SNS에 올렸어요. ‘사람이 피 흘리고 쓰러져 있는데 여경은 방관하고 서 있다’라면서요. 그 당시 거짓된 SNS 내용만으로 허위보도된 내용에 대응을 하면서 굉장히 속상했었던 기억이 나요.

앞서 말한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지만, 언론의 보도관행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여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타파하고자 여러 분야에서 강의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현장에 있는 분들도 형사계로 진출하셔서 굉장히 열심히 근무하고 계세요.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이런 것들이 하나씩 모이다 보여 편견들을 조금씩 없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a7b27c97c9d3a1b682cc4d7afcce8a93.jpg
대구중부청소년경찰학교 체험




Q. 앞선 질문에서 언급했듯이,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나 편견 등이 아직 우리 사회에 아직 만연하죠. 정말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처럼, 현장에 출동할 때 여경은 배제되는지, 여경은 사무적인 업무에만 집중하는 지 등 현실적인 업무가 궁금합니다.

A. 저는 남자 경찰이 안 따라와서 혼자 앞장서서 출동한 적도 있어요(웃음). 최근에는 한 경찰서에 4개의 순찰팀이 있는데 여경들이 각 팀마다 한 명씩은 꼭 있어요. 그래서 모든 분들이 각자 자기 몫을 다 하고, 배제되는 경우는 절대 없어요. 20년 전만 하더라도 여경에게는 주로 낮 근무만 시켰는데, 지금은 경찰 내 여성의 비율이 많이 늘면서 현장 출동, 형사계, 특공대 등 각 부서 어디든 배치되어 열심히 해주시고 계셔서 업무에서 배제된다거나 하는 일은 사라졌어요.

또 여경은 사무적인 업무에만 집중하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해주셨는데, 우리나라 사회가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여성이 결혼과 출산에 집중하고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분위기인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지구대 순찰을 하다가 육아를 위해 내근을 지원한 케이스였어요.

다만 이건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무적인 업무를 선호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더불어 여성은 생리적, 체력적 문제 때문에 나이가 들면 야간근무를 하며 순찰하기가 힘든 부분이 늘어나서 내근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가 하면 형사계에서 외근 업무를 주로 하시는 분들은 또 잘 하고 계세요. 이건 성별차가 아니라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앞서 말한 이유들로 내근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지만, 과거처럼 여경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문화는 현실적으로 많이 완화가 되었다고 보시면 돼요.




Q. 경찰의 이미지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 싶어요. 미국에선 경찰들의 이미지가 굉장히 무섭고 강한 스타일인데, 한국 경찰은 같이 있으면 안심되고, 미국보다는 확실히 좀 더 친근한 느낌이 강하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경찰의 권력을 무시하고 경찰을 함부로 대하며, 폭언이나 폭행 등을 가하는 시민들에 대한 기사도 많더라고요.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 경찰의 이미지와 공권력이 미국처럼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지금 상태로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A. 미국 경찰들이 한국 경찰을 보면 조금 놀랄 거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기는 하네요(웃음). 저희 내부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어요. ‘공권력이 너무 약해서 경찰이 시민들한테 계속 휘둘린다’라고요. 가령 만취한 시민이 경찰에게 시비를 걸고 경찰이 한 대 맞아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대나무도 너무 세면 부러지듯이 공권력이 너무 강한 것도 좋지 않다고 봐요. 그래서 현재는 공권력을 키우는 것보다 시민이 경찰을 신뢰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이 미국에 비해 강력범죄사건 검거 건수가 더 많거든요. 이런 부분을 더 활발히 홍보해서 국민이 경찰관에 대한 신뢰도 얻고 믿음직한 경찰의 이미지가 퍼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청소년경찰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이런 부분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경찰과 시민의 울타리가 낮으면 왕래를 통해 저희도 시민의 입장에 더 공감하면서 일을 처리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시민 분들도 더 안정감을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서, 앞으로 이런 부분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농담으로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말 안 들으면 경찰이 와서 잡아간다!"라고 하시잖아요. 실제로 예전에 어떤 아버지께서 서에 찾아오셔서 이야기하시기를, 어제 플랜카드를 하나 봤는데 ‘경찰관은 사람을 잡아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경찰관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우리 애가 돈 백만 원을 훔쳤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요."라면서 상담을 하러 오셨어요. 실제로 종종 자식이 사탕을 훔쳐갔다고 잡아가라면서 지구대에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그러면 지구대에서 굉장히 난감하긴 하지만 담당 경찰이 직접 면담을 하면서 다독여주고 하거든요. 범죄가 음성화 되지 않으려면 햇빛이 비춰야 한다고 하잖아요. 범죄 예방은 경찰의 주 업무이기 때문에, 문턱을 낮추고 시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서 어려움들을 해결해주며 신뢰 받는 이미지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6d2354e515bba0da82a3f02888bd3348.jpg
대구중부청소년경찰학교와 이태겸 경위님(가운데)




Q.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어요. 그렇다면 경찰을 꿈꾸는 많은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A. 경찰은 여성들이 하기에 정말 괜찮은 직업인 것 같아요. 경찰서에는 여러 부서가 있거든요. 저처럼 학교전담경찰관 일을 하면서 강연을 가거나 선도 프로그램도 할 수 있고요. 또 저는 심리학을 전공해서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상담도 하고 있어요.

한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 분은 광고 현수막이나 SNS 홍보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하셔서 특진하셨어요. 또 서울청 소속 강현주 분은 ‘볼 스토리’ 라는 만화를 그려서 경찰 이미지 홍보를 하는데, 저도 한 번씩 그 만화가 올라오면 1등으로 들어가서 보고 댓글을 써요. 너무 재밌게 잘 그리시거든요(웃음). 이런 식으로 홍보활동을 할 수도 있고, 범인을 잡고 싶으시면 형사계에 가셔도 돼요. 또 외국어를 잘하면 외사계에서 외국인 범죄를 수사하거나 관련 정책을 펼칠 수 있어요. 이렇듯 부서가 굉장히 많은 만큼 해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아요. 거기에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가 있으니 결혼 후에도 걱정없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어요.

직무와 더불어 자기계발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 경찰서라고 생각해요. 저만 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경찰 일을 하면서 자격증도 따고 대학원 석사 과정까지 다 마무리했어요. 그리고 결혼 후 육아휴직을 써서 아이도 잘 키웠답니다. 이런 면에서, 여자로서 경찰은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사람들한테 우스갯소리로 "경찰 들어와라" 하는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적극 추천하고 있답니다.




Q. 여담으로, 재미있게 본 경찰 관련 드라마나 영화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ex. 시그널, 걸캅스 등)

A. 오래된 작품이기는 한데,<수사반장>이라는 드라마를 좋아해요. 기억 속 내용은 흐릿해도 어렸을 때 봤던 드라마의 속 경찰의 모습이 인상 깊게 자리 잡아서 진로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또 제가 <공공의 적>이라는 작품에 정말 살짝 출연도 했는데 저만 알아볼 수 있어요(웃음). 그리고 최근에 나온 <라이브>라는 드라마도 경찰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라서 감정 이입을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생생하고 현실적이라 재미있게 봤어요.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A.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해요.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