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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현장인터뷰] 상담가 - 박은선

1. 이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 고등학교 1학년 때 전학을 갔는데 왕따를 당했어요. 학교 가기가 힘들고 두려울 때 상담을 전공한 과외 선생님을 만나서 심리학에 대해 알았어요. 당시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상담 전문가를 꿈꾸게 되었어요.

 

2. 상담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정이나, 자격증이 있나요?

- 심리학이나 교육학을 전공해야 되요. 우리는 상담이라면 심리학을 주로 생각하는 데 상담은 교육과 복지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학과의 상담심리 전공 교수님의 프로필과 개설되는 교육과정을 보는 게 중요해요.

- 자격증은 국가에서 발급하는 것과 학회에서 발급하는 게 있어요. 국가는 청소년상담사, 임상심리사, 직업상담사가 있어요. 학회는 상담심리학회와 상담학회로 구분해서 두 학회 모두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양측 학회 모두 취득해도 되고, 한 쪽만 취득해도 되요.

 

3. 현재 상담가로서 주로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 일대일로 면대면 개인상담(단기상담, 장기상담), 15명 내외로 하는 집단상담, 심리검사 실시 및 해석, 정신건강 증진 특강, 행복 증진 캠페인,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검증에 대한 연구 등을 하고 있어요.

 

4. 상담가로서 갖춰야하는 역량, 성향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 전문적 역량과 인간적 역량이 있어요. 전문적 역량으로 심리학적 이론과 지식을 충분히 습득해야 해요. 상담 이론, 심리검사 지식, 임상 진단 평가 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해요. 인간적 역량에는 내담자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수용하는 부분이 필요해요. 상담은 수양하는 과정처럼 상담자 자신을 이해하고, 통찰함으로써 역전이 등을 다룰 수 있어야 해요.

 

5. 상담가로서 특별한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고충, 장점, 차이점 등)

- 상담가는 자신과 타인의 삶을 주체적이고, 건강해질 수 있게 성장하도록 만드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내담자와 함께 증상의 의미를 이해하고, 내담자 스스로 고난과 어려움을 헤쳐 가는 데 더불어 있는 것은 영광이라 할 만큼 보람되어요. 다만 상담자가 되기 위해서 석·박사 이상의 학업과 자격증 준비, 오랜 기간 동안의 실습, 현장에서 위기상담 등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 상담가는 의사, 임상심리학자, 사회복지사처럼 치료나 평가 혹은 직접적인 조력을 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권한, 선택, 결정에 대한 부분은 내담자에게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지요.

- 상담가로서 고충은 현장에서 내담자를 만날 때 자살, 중독, 가출 등의 위기 상황에서 소진될 만큼 상당한 고갈이 생겨요. 상담 진행 과정 중에 자살 행동 등의 위험한 상황이 발생되게 되면 내담자만큼 상담자도 고통을 겪게 되어요.

 

6.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 내담자들이 안정을 찾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여 자신 스스로 자신의 상담자가 될 때 보람이 되요. 어느새 상담자의 말투를 닮아가거나, 자신에게 통찰하는 질문을 던져보는 등 내담자의 변화가 있어요. 외부의 상담자가 아니라 내면에 자신이 만든 스스로의 상담자가 생겼을 때 어려움이나 고민이 생기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뻐요. 자살 유가족으로 우울증이 심해 자살사고를 보였던 내담자가 자신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뭉클하고 감동이었어요.

 

7. 상담센터 말고도 다른 곳에서 일하시는 상담가들이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곳들이 있나요?

- 삼성이나 LG 등의 대기업에서 사내 상담을 맡는 경우도 있고, 보호관찰관으로서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군대에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으로 근무도 하지요. 사회복지시설, 교육청이나 학습클리닉센터, 일선 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로도 근무도 해요.

 

8. 상담가라는 직업의 매력과 단점은?

-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상담과정이 연금술과 비슷한 거 같아요. 대화, 공감, 수용, 이해를 통해 내담자 스스로 잠재력을 발견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할 때 감격스러울 때가 있어요. 리스트 컷 증후군이 있던 집에만 있던 은둔형 외톨이가 해외에 다른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모습은 내담자도 상담자도 상담 시작할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지요.

- 상담가로서 전문적·인간적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석·박사 이상의 학업과 자격증 준비를 해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수고가 상당해요. 십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럼에도 실무자가 되었을 때 전문가로서 보수,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 직업적으로 정규직은 매우 희소하고 계약직이나 시간제로 근무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여건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9. 상담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면 간략하게 들려주실 수 있나요?

- (슈퍼비전 및 사례공유를 동의한 경우) 교사와 갈등이 심했던 고 1 남학생 사례가 기억에 남아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칼로 선생님을 난도질하고 싶다며 인터넷으로 칼 구입을 검색해봤다는 학생이었어요. 상담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상담자 상태에서 학생의 분노 표출과 미성숙한 감정 조절은 상당한 부담이 되었어요. 다행히 학생의 동의를 구해 슈퍼비전을 받으며 2년 정도 상담을 했어요. 자퇴, 검정고시 불합격 등의 어려운 과정을 함께 했죠.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자동차 정비 관련 대학까지 합격하고, 상담 선생님 보다 먼저 차를 샀다며 자랑하던 그 밝은 표정이 눈에 선하네요. 군대를 입대한다고 찾아와 인사 왔을 때 언제 시간이 이만큼 흘렀나 싶고 감회가 새로웠죠. 17세에 자퇴할 때만 해도 분노에 휩싸여 과격하고 버릇없는 모습이었는데, 20세가 넘어 군인이 될 때 90도 인사하며 예의바르고 건실한 청년의 모습이 되어 나타났지요. 그 기간 동안 학생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10. 10년 후 상담가의 전망은 어떨까요?

-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어 산업, 물리학 등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을 준비하는 시점이죠. 벌써 심리상담 분야에는 상담과 로봇을 접목한 AI 상담봇이 등장했지요. 그만큼의 우려도 있지만 상담봇과 상담의 대중화를 통해 기존의 심리 상담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될 것이고, 상담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거라 예상해요. 때문에 인간과 관련한 어느 곳에서든 상담가가 배치될 거라는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있어요.

- 제가 심리학을 전공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학문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고, 미국과 10년 후 직업 전망을 찾아보고 학과를 선택했어요. 진학 선생님은 저의 선택을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심리학과 상담, 심리치료에 수요가 높아지는 점을 볼 때 근거 있는 전망이라고 생각해요.

 

11. 상담가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 심리학에 대한 관심과 상담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응원해요. 다른 사람의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의 삶을 성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기 이해가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래요. 자신도 모른 채 타인을 돕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자신이 먼저 심리검사를 받고, 검사 해석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세요. 또한 자신도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상담가가 되기 전에 먼저 경험해보기를 바래요. 주의사항은 꼭 공인된 기관에서 전문 상담가에게 받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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